1990 강변가요제 대상의 주인공, 권성연. 유일한 1집 “난 그랬던 것 같아요”에 담긴 추억, LP·희귀 CD 수집기, 그리고 “피구왕 통키”, “영심이” 주제가까지 편하게 풀어쓴 기록
목차
- 내 기억 속 권성연
- 1990 강변가요제 : TV 앞에서 반짝이던 순간
- 유일한 정규 1집 “난 그랬던 것 같아요”’”
- 함께한 연주자들, 그래서 더 단단했던 사운드
- 수집기 : LP는 가끔, CD는 정말 귀합니다
- “피구왕 통키” 주제가 : 운동장 공기까지 살아나는 노래
- “영심이” 주제가 ‘해봐’ : 등을 살짝 밀어주던 목소리
- 맺음말
1) 내 기억 속 권성연
누군가의 목소리는 유행이 지나도 오래 남습니다. 제게 권성연은 그런 가수입니다. 화려하게 밀어붙이기보다, 말하듯 담담하게 부르다가 후렴에서 감정을 또렷하게 올려놓는 스타일. 거기엔 힘이 과하지 않은 대신 오래 남는 체온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도, 우연히 노래가 흘러나오면 그때의 마음결이 그대로 돌아옵니다. 강변가요제 대상 이듬해인가? 친구가 다니는 대학교 축제에 놀러갔다가, 술 좀 마시고 공연장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친구가 “권성연이다” 라고 외친 한마디에 번쩍 잠이 깨서 그녀의 무대를 관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권성연은 공연 참가자가 아니었고, 관객으로 왔다가 관계자의 눈에 띄어 무대에 올라왔던 것입니다. 그때의 기억이 아련하게 남아있네요.
2) 1990 강변가요제: TV 앞에서 반짝이던 순간

그 여름, TV 앞에서 강변가요제를 보며 “아, 이 분은 다르다” 싶었습니다. 체구는 아담한데 노래는 크고 반듯했거든요. ‘한여름밤의 꿈’은 제목처럼 여름밤의 공김이 그대로 담긴 곡이었고, 클라이맥스에서 탁 치고 올라가는 그 순간이 정말 짜릿했습니다. 무대가 끝났는데도 손끝이 간질간질한 느낌.. 그게 오래 남았습니다. 아래는 유튜브에서 ‘종현박‘님의 동영상 링크를 건 것입니다.
3) 유일한 정규 1집 ‘난 그랬던 것 같아요’
이듬해에 나온 1집은 깔끔하고 정직한 발라드 앨범입니다. 타이틀 ‘난 그랬던 것 같아요’는 괜히 힘주지 않는데도 마음이 움직여요. 한 문장씩 고백하듯 부르다가, 후렴에서 조용히 문을 열어젖히는 느낌. 첫사랑을 떠올릴 때처럼 구체적인 장면은 흐릿하지만 감정은 선명한, 그런 여운이 남습니다.
처음 듣는 분이라면 트랙을 쭉 훑기보다 타이틀을 몇 번 반복해 보세요. 들을수록 단어 사이 공백에 담긴 표정이 보입니다. ‘한여름밤의 꿈’은 무대의 에너지가 녹아 있어서 이어 듣기 좋고, ‘이렇게 비 내리는 날엔’은 제목 그대로 비 오는 날 창가에 두고 듣기 딱입니다.
타이틀 곡인 ‘난 그랬던 것 같아요’는 한동준님이 작곡을 해주신 것입니다. 세번째 트랙인 ‘이제는 다가와’는 조규찬님 작곡입니다.

4) 함께한 연주자들, 그래서 더 단단했던 사운드
이름만 들어도 믿음이 가는 연주자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 키보드 : 최태환, 정원영
- 베이스 : 김형규
- 기타 : 함춘호
- 드럼 : 김희연
- 색소폰 : 김원영
- 코러스 : 여행스케치
튀지 않고 보컬을 받쳐주는 연주가 이 앨범의 미덕이에요. 기타는 노래의 뼈대를 잡고, 키보드는 감정의 온도를 미세하게 올리고 내립니다. 리듬 섹션은 보컬이 앞으로 걸어 나갈 공간을 넓게 열어 주고, 코러스는 뒤에서 등을 살짝 받쳐 줍니다. 그래서 끝나고 나면 떠오르는 건 결국 목소리입니다.

5) 수집기: LP는 가끔, CD는 정말 귀합니다
이 앨범은 LP는 가끔 보이지만, CD는 보기 드문 편입니다. 저도 한동안은 LP만 가지고 있다가 정말 오래 찾은 끝에 CD를 구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더 애착이 가기도 합니다. 이 앨범의 CD를 중고 시장에서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6) “피구왕 통키” 주제가: 운동장 공기까지 살아나는 노래
이 노래가 흐르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어요. 아침 햇살, 체육복, 운동장 흙냄새, 친구들 얼굴, 그리고 “해보자!” 하며 뛰어가던 발소리. 도입부가 “출발”을 외치듯 힘차고, 후렴은 한 번에 따라 부르게 만듭니다.
권성연의 맑고 선명한 고음은 이런 응원형 멜로디와 궁합이 좋습니다. 과하게 밀지 않으니 듣는 사람도 부담이 없고, 그래서인지 세월이 꽤 흘렀는데도 마음속에 남아 있는 주제가의 목소리는 여전히 깨끗하고 반짝합니다.
7) “영심이” 주제가 ‘해봐’: 등을 살짝 밀어주던 목소리
제목 그대로 “해봐”라고 등을 톡 밀어주는 노래. 시험 기간이든, 작은 일에도 용기가 필요할 때든, 틀어놓으면 마음이 살짝 들썩입니다. 단정한 발음과 밝은 톤이 그대로 살아 있어서, 듣고 있으면 괜히 뭔가 시작해 보고 싶어져요. 애니메이션 주제가의 힘이 이런 데서 나오는 것 같아요. 가사가 손을 잡아끌지 않아도 기분이 먼저 앞으로 걸어가 버리는 느낌입니다.
8) 맺음말
세월이 지나면 화려함은 흐려지고, 목소리의 온기만 남습니다. ‘난 그랬던 것 같아요’를 다시 틀어놓으면 그때 TV 앞의 설렘, 운동장에 울리던 주제가, 창가에 맺히던 빗방울이 한꺼번에 돌아오는 듯 합니다. 오늘도 그때처럼 조용히 플레이 버튼을 눌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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