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레전드 내한 공연 후기 – 올림픽홀에서의 특별한 하루(2009년 3월 29일)

본 포스팅은 2009년 3월 29일 존 레전드의 내한공연 후기를 다른 곳에서 이동한 것입니다.

공연 시작전 올림픽홀입니다. 뒤쪽의 John Legend 현수막을 배경으로 두고 사진을 많이 찍더군요.

공연을 기다리며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John Legend의 내한 공연을 드디어 보고 왔다. 올림픽홀 공연은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그동안 몇 번을 건너뛰었지만, 이번이 세 번째 관람이었다. 공연 시작 약 1시간 전, 입구에는 이미 수많은 젊은 팬들이 모여 있었다. 50분을 남기고 입장이 시작되었는데, 아마도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는 혼잡을 줄이기 위해 미리 문을 연 듯했다. 나는 함께 공연을 보러 온 일행을 기다리느라 조금 늦게 들어갔는데, 이내 느낀 건 관객들의 연령대가 매우 젊다는 사실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대부분이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 30대도 드물었고, 나보다 연배가 더 있어 보이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일행과 웃으며 “우리가 오늘 여기서 제일 나이 많은 팬일지도 몰라”라는 농담까지 나눌 정도였다.

무대가 열리다

공연은 오후 6시를 조금 넘어서 시작됐다. 이름 모를 오프닝 가수가 먼저 등장해 세 곡 정도를 들려주었고, 무대 세팅을 위해 20여 분간 휴식이 이어졌다. 어느새 공연장은 가득 찼고, 좌석은 거의 만석에 가까웠다.

그리고 드디어 존 레전드가 등장했다. 그는 무대 뒤에서 관객 사이를 걸어 들어왔는데, 마침 내가 앉은 복도 쪽으로 지나갔다. 선글라스를 쓴 채 여유 있는 모습으로 걸어오는 그를 불과 몇 걸음 거리에서 보게 되니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지나가는 길목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그를 한번씩 만져보려 손을 뻗었고, 내 옆의 청년들도 “이걸로 평생 기억에 남겠다”며 즐거워했다.

“Evolver”와 히트곡 퍼레이드

이번 공연의 세트리스트는 작년에 발표된 3집 앨범 “Evolver” 중심으로 짜여 있었다. 초반부에는 신보의 곡들을 이어갔고, 중후반부에는 1집과 2집에서 사랑받았던 히트곡들을 골고루 불렀다. 경쾌한 곡과 발라드가 교차하며 공연장은 계속해서 환호로 가득 찼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은 ‘Slow Dance’를 부르던 장면이다. 존 레전드는 관객 중 한 여성을 무대 위로 불러 올려 함께 춤을 췄다. 긴장 탓인지 그녀의 춤이 능숙하지는 않았지만, 노래가 끝나자 존 레전드가 볼에 살짝 입을 맞췄고, 그 장면은 공연 최고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남았다. 아마 그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후반부에는 앨범 “Evolver” 수록곡이자 빌보드 Hot100 차트 상위권을 지키던 ‘Green Light’를 선보였다. 이 곡에서는 관객 모두를 일어서게 해 함께 박수치며 따라 부르게 했고, 공연장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이때 한국 여성 래퍼가 깜짝 등장해 피처링을 했는데, 일행 말로는 윤미래였다고 한다. 순간적인 협업 무대였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앵콜과 감동

공연 막바지에는 앵콜곡 두 곡이 이어졌다. 특히 마지막 곡으로는 ‘If You’re Out There’를 불렀는데, 이 곡은 오바마 대통령 유세 당시 지지곡으로 쓰였던 노래다. 메시지가 강렬하고 희망적인 가사 덕분에 공연장을 벅찬 감동으로 물들였고, 관객 모두가 노래에 몰입해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다.

무려 한 시간 반이 넘는 공연은 단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간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귀에는 그의 목소리가 맴돌았고, 가슴은 여전히 벅찬 여운으로 가득했다.

존 레전드라는 아티스트

이번 공연을 계기로 다시금 존 레전드가 단순한 R&B 가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체감했다. 그는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며 노래했고, 때로는 관객과 함께 대화하듯 무대를 꾸몄다. 이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스토리텔링과 메시지가 담긴 하나의 경험이었다.

존 레전드는 음악적 성취에서도 특별하다. 그래미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을 뿐 아니라, 에미상, 오스카상, 토니상까지 석권하며 EGOT라는 대기록을 세운 몇 안 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동시에 그는 사회문제에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교육 불평등, 인권 문제, 인종차별 철폐 등을 주제로 활동하며, 음악을 넘어선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그의 노래가 단순한 멜로디와 가사가 아닌 사람들의 삶을 움직이는 메시지로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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